VIP룸에서 일어나는 일들

한 달쯤 전 일이야. 친구 소개로 알게 된 형이 좋은 자리 있으니 한번 얼굴 보자는 거야. 말투나 분위기 보면 나름 괜찮은 사람 같아서, 별 생각 없이 따라갔지. 장소는 강남 어딘가 호텔 지하에 있는 작고 은밀한 바. 현판엔 이름도 없고 그저 숫자 코드 하나만 붙어 있더라고.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일반 홀은 그냥 bar 분위기야. 근데 형이 말을 하더라. “오늘은 VIP룸으로 가자.” 직원한테 뭔가 속삭이니까 비밀문처럼 열린 문으로 이끌리더라. 안으로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어. 조명이 어두운 건 기본이고, 향수인지 뭐라 설명 못 할 냄새에다가, 안에 있는 사람들 눈빛이… 솔직히 좀 이상했어. 화려한 차림의 남녀, 무슨 클럽 간 것도 아닌데 다들 너무 조심스럽고, 말은 안 해도 분위기가 숨막혔어.

술이 오고 갔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마시는 술맛이 좀 이상하더라고. 그때부터 감이 이상했지. 정신이 멍해지고 사람들 말소리가 점점 멀게 들리는 느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다리가 안 움직여. 그때 형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웃으면서 말하더라. “너도 이제 알게 될 거야. 이 판에 발 들였으면, 나가는 건 없어.”

순간 등골이 싸해졌지. 몸은 안 움직이고, 정신은 희미한데 머릿속으로 ‘망했다’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라. 다행히도 여기서부터는 거의 기억이 흐릿한데, 어떻게든 정신 버티면서 핸드폰 미리 SOS 문자 보내놨던 게 결국 통했는지, 그 날 밤 경찰이 들이닥쳤다고 하더라.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곳은 불법 도박이랑 약물 거래까지 얽힌 곳이었고, 몇 달째 내사 중이었더라고.

솔직히 나 아직도 그 형 얼굴 못 잊어. 겉으론 다 젠틀하고 합리적인 척 해도, VIP룸 안에서의 진짜 얼굴은 완전 딴판이었거든.
이 경험 이후로, 난 누군가 ‘좋은 자리야’, ‘VIP 대우 받는 곳이야’라는 말에 급하게 흥분하지 않는다.
화려해 보인다고 다 좋은 게 아니고, VIP라는 말 뒤엔 대가가 따를지도 모른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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