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족끼리 카지노 간 후기
작년 연말, 가족끼리 해외여행 간다고 다 같이 마카오로 갔다. 엄마는 유럽 패키지나 가자고 했는데, 아버지가 뜬금없이 “여긴 어때?” 하면서 마카오 카지노를 검색해서 보여줬다. 아부지가 평소에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한 번쯤 색다른 체험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 결국 엄마랑 여동생까지 설득해서 셋이 같이 출발.
호텔도 카지노 옆에 있는 걸로 잡았고, 이틀째 되던 날 저녁에 처음으로 카지노에 들어갔다. 솔직히 영화처럼 막 화려하고 멋있고 그런 건 기대 안 했는데, 내부는 진짜 말도 안 되게 크고 분위기가 묘했다. 뭔가 사람들 눈에서 초롱초롱한 불빛이 나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다들 그냥 구경만 하자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주섬주섬 칩 바꾸는 거 보고 엄마도 “나도 소소하게 해볼까?” 하더니, 결국 여동생까지 룰렛 앞에 앉아 있더라. 나는 솔직히 그냥 옆에서 감시(?)하는 느낌으로 있었는데… 한 10분 뒤에 사건 터짐. 여동생이 갑자기 와서 “오빠, 나 진짜 이거 된 거 맞아?” 하면서 보여준 칩. 계산해보니 한화로 거의 200만원 가까움. 진짜 장난 아니었음.
잠깐 흥분했던 건 그때까지였고, 문제는 그 다음. 엄마가 “이러면 나도 당첨될 수 있겠네?” 하면서 점점 판을 키우는 거야. 아버진 이미 딜러랑 친구 먹고 계셨고… 그날 밤에 네 식구가 4시간 가까이 빠져서 돌아오질 않았음. 결국 내가 뭐라 해야 끝났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웃으면서 얘기하긴 했지만 난 좀 묘했어. 가족끼리 웃고 떠들긴 했지만, 한 끗 차이로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더라. 200만원 딴 거보다, 가족이 도박에 푹 빠질뻔한 그 분위기가 좀 소름 돋았음. 기념삼아 가볼 순 있겠는데, 정 붙이면 안 되는 곳 맞더라.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보드게임만 한다. 돈 안 걸고.